레히삼

[레히삼/제윱] 171001

브리아나 2017. 10. 1. 23:08







 "인간들은 이상하네요. 정말 섬세하고, 정교하고, 부드럽고... 이런 것에도..."

 "... 간지러워."
 "느끼고."


 제갈량의 두 손가락이 손바닥을 두드리듯 문지르자 유비는 키득 웃었다. 가볍다면 가벼운 스킨십이지만 몇 번 몸을 섞은 뒤 기대어서 쉬는 중에 닿는 손길이라 평소보다 반응하는 정도는 컸다. 제갈량은 웃는 유비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는 걸 물끄러미 관찰했다. 제 어떤 손길에 주군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느 정도면 더 민감해지는지, 어디를 좋아하는지를 알아가는 것은 요즘 들어 생긴 그의 새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제가 그에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아가는 것 역시도. 


 "제갈량도 좋아하면서."


 슬슬 졸리기 시작했던지 유비는 눈을 비비며 웅얼거렸다. 차마 노골적인 단어를 내뱉지 못하는 게 유비다웠고, 그런 유비 앞에서 굳이 정확한 단어를 써가며 그에게 부끄러운 얼굴을 하게 만드는 것이 제갈량의 또다른 악취미 중 하나였지만, 오늘은 봐주기로 했다. 이번엔 그를 꽤 많이 괴롭혔기 때문에 양심이라는 것의 손을 들어준 결과였다. 


 "네, 좋아합니다. 이상하지요, 전 인간도 아닌데."


 대신 그는 팔을 길게 뻗었다. '상황 종료, 이제는 자도 된다.'를 알리는 신호에 유비는 미소 지으며 자연스럽게 그 팔에 머리를 괴었다. 곧 그는 금방 잠에 빠질 것이다. 


 "당신이랑 있으면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이 된 것 같아요."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그 사람을 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그 때문에 흥분하고. 이 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프로그램인 자신도 이런 것을 할 수 있었다니. 유비를 만나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일이었다. 저의 존재를 한낱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왔던 그는 사랑을 알게 되고 그에 의해 주체적으로 움직이게 됨으로서, 인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 적어도 지금은 제가 인간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기분이었다.

 사랑의 감정은 커다란 미지의 세계를 열었다. 지식을 탐식하길 좋아하는 제갈량에게는 앞으로 정복해나갈 여지가 많은 분야. 그 곳에 발을 디디기 위해서는 유비가 꼭 필요하다, 는 건 사실 핑계고 유비가 없다면 모두 의미가 없는 지식들이었다. 그가 없다면 사람을 어떻게 만져주고 어떻게 안아주고 어떻게 사랑을 나누는지 알 필요가 있을까. 그렇지만 그가 있다는 조건에 한해서 그런 지식들은, 알아가는 것이 아주 즐거웠다. 저는 선계 최고의 신선답게 습득이 아주 빠른 편이었고. 


 "그러니까 앞으로 주군은 체력을 더 키우시는 게 어떨까요."

 "... 체력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이 이상을 하면 당연히 지치거든? 봐주라, 나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아..."


 농담삼아 한 말에 유비는 식겁했다가 웃는 제갈량의 얼굴에 농담임을 확인하고 다시 스르르 풀어졌다. 반은 진심이었지만 그래도 '죽는다'는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오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아 제갈량은 말없이 그의 입을 막아주었다.

 굿나잇 키스를 마지막으로 유비는 무거운 눈꺼풀을 완전히 닫고 잠에 빠져들었다. 아직 잘 생각은 없었지만 지금의 자세로 한동안 누워있고 싶었던 제갈량은 규칙적으로 들리는 숨소리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연인의 사랑으로 충만해진 인간은 참 대단한 행복을 느끼는구나. 인간이란 참 대단한  거네. 잠들기 전 그는 마지막으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