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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히삼/유윱] 꽃

레히삼 2017. 11. 18. 23:55













 동생한테서는 꽃향기가 난다. 

 햇볕 밑에서 뛰어 놀다가 땀을 흘린 채 들어왔을 때에도. 짙은 향의 샴푸로 샤워를 하고 깨끗한 옷을 입고 나와도. 목덜미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으면 늘 같은 향기가 났다. 다른 어떠한 것도 묻어버릴 수 없는 짙은 꽃 향기. 그는 그 향을 가지고 있었다.

 제가 유진에게서 그 향을 맡을 수 있었던 건 언제부터였을까? 동생의 젖은 머리를 말려주며 유장은 생각했다. 알아채지 못했을 때부터 알게 되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쩌면 막 태어났을 때부터였을지도 모르지. 작은 아이라서 엄마 대신 제가 업고 다녀야 했을 때부터 났을지도. 갓난 아기의 기분 좋은 체향 대신 꽃향이 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느 쪽이든 유진의 체향은 기분 좋았으므로 유장은 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 어렸던 그는 제가 동생에게서 그런 향을 맡은 것이 뭔가 잘못된 것임을 알지도 못했다. 유진의 향이 마음에 든다고만 생각했다. 비단 향이 아니더라도 동생은 참 꽃같은 아이였다. 





 12세, 여전히 아직 어린 나이. 소년의 티를 벗지 못한 나이. 그렇지만 무엇인가에 눈을 뜰 수는 있는 나이. 그 해의 어떤 날에, 유장의 몸은 아침부터 펄펄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별다른 이유가 없는 몸살이라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는 체질의 유장에게는 놀라운 일이었다.

 잔뜩 열이 올라 벌개진 얼굴의 형은 처음으로 앓아 누워보았다. 돈을 버느라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부모님은 걱정을 담은 물수건만 머리에 얹어준 채 직장에 떠났으며, 늘 저보다 강한 형이 아파 누워있는 것에 충격을 받은 동생은 어쩔 줄 몰라하며 형이 누운 자리 주위를 서성거렸다. 아픈 형이 자는 것에 방해가 될까봐 말을 걸거나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는 못했지만 유진은 그를 떠나지 못했다. 할 수 있는 것은 없어도 옆에는 있어주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픈 정신으로 가물가물한 채로도 유장은 유진이 그러는 것을 고맙다고 생각했다. 혹은 기쁘다고, 혹은 뿌듯하다고. 

 하지만 제가 어떻게 그가 자신의 옆에 계속 머물렀음을 알 수 있었을까. 이불을 덮고 누운 채 눈도 거의 못 끔벅거리고 있었는데 어떻게? 

 조금 열이 식어 제 정신이 들고 난 뒤에야 유장은 깨달았다. 코에서 계속 꽃향기가 나고 있었기 때문에 옆에 유진의 존재가 있음을 알았다는 것을.

 그리고 완전히 열이 내렸을 때- 제가 유진의 향기를 더 진하게 맡고 있음을 알게 된 그는 그제야 완전히 알았다. 제가 동생에게서 향기를 맡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걸. 무엇 때문인지는 몰랐으나, 처음으로 갖게 된 본능적인 어떠한 감각이 알려준 사실이었다.


 그 날 일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유장이 '알파'로서 첫 번째 발현을 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함께 알려준 지식에는 여러 가지 것들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향기에 대한 것도 있었다. 

 좋아하는 이성이나 오메가를 만나면 알파는 그 사람에게서 제가 좋아하는 향을 맡게 된단다. 아버지는 그렇게 말했다. 

 유장은 꽃 향기를 좋아했다. 


 

 좋아하면 안 돼. 내가 유진의 향기를 좋아하는 건 나쁜 짓이야.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쁜 짓이야. 유진을 꼭 끌어안고 향기를 가득 들이마셔 그 안에서 숨쉬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그의 뺨을 쓰다듬고 입맞춤하여 내게 향기를 옮게 하고 싶어도, 가까이 가면 안 돼. 이런 마음을 누구에게 들켜서도 안 돼. 어린 유장은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다. 들켜서는 안 되는 제 1순위가 제 동생이었으므로 유장은 그때부터 유진을 조금 멀리하기로 했고- 

 -그렇게 결심한 날, 그는 동생을 잃어버렸다. 


 주인을 찾지 못한 초콜릿은 주머니 속에서 형편없이 녹아서 눌어붙었다. 





 한 배에서 나온 형제끼리는 형질이 달라도 그 냄새를 맡지 못한다. 

 커가면서 알게 된 사실을, 유장은 머릿속에 추가해 넣었다. 

 물론 저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럼 나와 유진은 한 배에서 나온 형제가 아니란 말이냐? 하고 항의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꾹꾹 눌러참았다.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A일 때 저 혼자만 B라는 걸 알리는 것은 외톨이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서서히 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그로 인해 험난한 일을 겪는 것은 사양이다. 안 그래도 팍팍한 삶을 더 힘들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사실은 제가 정말 그랬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한 배에서 나온 동생에게 욕정했던 알파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동생을 다시 만난다 해도 향을 맡지 못할 지도 몰라. 내가 맡은 꽃 향기는 그저 어렸을 때만 났던 것일 수 있어. 둘 다 어리고 가난한 때라서 잠깐 뭔가 잘못되었던 것일지도 모르지. 이제는 컸으니까 아닐 수도 있어. 


 난 정상일 지도 모른다고. 


 동생에 대한 그리움 속에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고픈 간절함을 살짝 섞어서, 유장은 계속 유진을 애타게 찾아다녔다. 달콤했던 그 꽃향기를 다시 맡고 싶은 음습한 욕망은 묶어서 어딘가에 내던져 놓은지 오래였다. 그는 이제 컸고, 무엇이 잘못된 일이고 무엇이 올바른 일인지 알았다. 행여 잘못된 일이 그대로 일어난다고 해도 올바르게 대처할 수도 있으리라. 그런 희망마저 품었다. 실패를 거듭해도 계속 동생을 찾아다니게 된 원동력의 밑바닥에는 그런 열망들이 숨어 있었다. 이제는 꽃 향기가 나지 않을 것이고, 만약에 난다고 해도 저는 그것을 모르는 체 할 수 있으리라고. 




 


 오만이었다. 

 







 어렸을 때 맡았던, 하지만 아직도 생생한 꽃 향기가 더 짙은 색채를 띄고서 흩날렸다. 눈으로 본다면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유장은 저항하지 못했고, 그리고, 눈앞에 있는 부드러운 인상의 청년은. 

 "형." 

 유비라는 이름의 다정한 청년은 눈물 지으며 넓게 팔을 벌려 유장을 껴안았다. 

 더운 체온이 몸에 둘러짐과 동시에 코에 훅 끼쳐오는 향기는 꽃 그 자체라 해도 믿길 정도의 그것이었다. 지금 맡지 못했다면 제가 그것을 내내 그리워 해 온 것을 알지도 못했을 그런 향기.

 아. 

 눈을 감으며 유장은 그 순간 비로소, 완전히 모든 것을- 세상의 이치 비슷한 것을- 깨달았다. 어떤 시덥지 않은 정보들도 기준들도 필요하지 않았다. 누군가 들이대는 잣대들은 더 이상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깨닫기 전에는 불완전했던 삶이었으나 이제부터 그의 삶은 모자람없이 완벽할 것이다. 유장은 이제 알았다. 설령 이것이 잘못된 것이라 해도,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며 인륜에 어긋나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해도, 그렇다 해도 제가 이 향기를 거부할 수는 없으리라는 걸. 

 그는 절대 이 꽃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할 것이다. 

 그는 유진을 사랑했다. 너무나. 














 오메가버스AU

레히삼 전력. 주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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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브리아나
,

[레히삼/유윱] 罪

2017. 11. 7.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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